797화. 궤멸

797화. 궤멸

매일 저녁 일행들은 두꺼운 천을 뒤집어쓴 채 나무 사이에서 잠을 잤고, 배가 고프면 밀전병 두 개 정도를 씹어 먹는 것이 식사의 전부였다.

솔직히 말해서 방금 마지의 말을 들었을 때, 안드리아 역시 불쑥 윈터리스에 대한 강렬한 그리움을 느꼈다.

맨 처음에 틸리로부터 아스림 섬에서 윈터리스 성으로 이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윈터리스 성은 그저 새로운 주거지 정도만 될 뿐 ‘마녀의 고향’이라는 칭호는 통치자의 허풍 섞인 언사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녀였다. 그저 틸리가 결정한 일이니, 그게 어디든 거부 않고 따랐을 뿐이다. 하지만 이제 안드리아는 더 이상 그런 생각을 고집할 수 없었다.

부드럽고 큰 침대,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들, 원할 때마다 틀면 나오는 따뜻한 물, 겨울에도 맨발로 생활할 수 있는 온기⋯⋯. 그녀는 일찍이 대귀족의 일원이었지만, 이렇게 편안한 생활을 해본 적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