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9화. 북쪽 경계의 앞길

689화. 북쪽 경계의 앞길

이별을 직감한 듯 잠을 자던 아이가 깨 울기 시작했다.

리브리아는 온 힘을 다해 눈을 뜨지 않으려 애썼다. 아이를 보면 자신의 굳은 결심이 이대로 무너져 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기다리고 있는 차가운 칼날은 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한참 후에야 이디스의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약속할게.”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말이었다.

상대가 자신의 말을 믿지 못하는 듯하자, 이디스는 소리 없이 입모양만으로 무언가를 말하고는 씨익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이디스의 입에서 소리 없이 나온 두 글자는 아이를 해치지 않는다는 그 말보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리브리아는 상대의 말을 믿을 수 있었다. 아니, 믿고 싶었다. 이 소용돌이 속에 내던져진 것 같은 상황에서 그녀에게 이디스의 그 말은 구원의 동아줄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