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7화. 확산된 소용돌이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제 말이 바로 그 말입니다.”
파라부는 자신이 점점 로렌의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말을 이었다.
“명목상의 후계자만 있으면, 반대의 목소리는 자연히 잠잠해질 겁니다.”
“더 간단한 방법을 하나 알고 있는데.”
로렌이 어깨를 으쓱했다.
“1년 전, 헤르메스로 진군했을 때 우연히 게론 윔블던의 정인을 만난 적이 있지. 술집 종업원로 일하고 있는 그녀에게 게론의 아이가 있더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시청의 총책임자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물었다.
“그 아이가 윔블던 왕실의 혈통이라고 어떻게 확신⋯⋯.”
“머리카락과 눈의 색이 모두 회색이었으니까.”
로렌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그 당시에는 왜 제게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대가 알았다면 그 모자가 지금까지 살아있지 못했을지도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