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4화. 대행자
안나는 침대에 누워있는 로렌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그 외의 다른 것들은 모두 잊은 듯 보였다. 그녀가 입을 연 것은 그로부터 한참 뒤의 일이었다.
“계획대로 진행하자.”
매우 작은 목소리였지만, 그것에 어린 망설임은 없었다.
“만약 로렌이라면 분명 이렇게 얘기했을 거야. 수많은 이들의 희생으로 겨우 이 기회를 얻어내었으니, 이 길의 앞에 무엇이 놓여있을지 알 수 없더라도 걸어 나가야 한다고. 여기에서 돌아선다고 해도 로렌이 깨어날 거라고 보장할 수는 없고, 블랙스톤 구역을 함락시킨 천해계는 절대 멈추지 않을 거야. 로렌이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원정을 할 수는 없어.”
과연 안나구나.
아멜리아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솔직히 그녀도 바텀리스로 향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로렌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의식계와 관련된 문제일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마력의 근원과 윈터리스 중 어디로 가는 것이 나을지는 명백했다. 윈터리스보다는 바텀리스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