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화. 피로 뒤덮인 길

617화. 피로 뒤덮인 길

“수많은 눈과 촉수가 달린 악마는 못 봤어?”

루가의 말을 기록하던 웬디가 물었다.

“그것들은 보통 높은 탑 위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언뜻 보면 꿈틀거리는 혹 덩어리 같이 생겼어.”

“수많은 눈이 달린 악마?”

루가가 고개를 저었다.

“라이튼이 나한테 그 녀석의 위험성에 대해서 알려준 적은 있지. 하지만 난 수많은 악마들 중 그런 녀석을 발견하지는 못했어.”

“그럼 네가 입은 상처는⋯⋯.”

“내가 그 녀석들을 너무 얕봤거든!.”

루가는 약간 풀이 죽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탑 꼭대기에 숨어 그들의 상황을 지켜보던 사흘 동안 비행 악마는 그곳을 여러 차례 오갔어. 하지만 그 탑을 조사하려고 하는 어떤 기척도 보이지 않았지. 난 내가 앞서 처리했던 두 마리의 악마가 불었던 호각이 그들을 끌어들인 게 아닌 모양이라고 생각해서, 그 탑에서 내려왔는데, 이미 그전부터 그 부근에 숨어있던 악마들을 발견하게 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