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4화. 의외의 대답
애쉬를 따라 영주성의 홀에 들어서자, 얼마 지나지 않아 호위병 하나가 크렘 국왕의 말을 전해왔다.
“따라오십시오. 전하께서 뵙고 싶어 하십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루가는 약간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몰래 깊은 숨을 내쉰 그녀는 호위병을 따라 3층으로 올라간 뒤 혼자서 볕이 아주 잘 드는 서재로 들어갔다.
창가에 놓인 마호가니 탁자 뒤 쪽에는 놀랄 만큼 젊은 남자 하나가 앉아 있었다. 사내의 복장은 그가 ‘대추장’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수수했다. 심지어 그는 화려한 관은 커녕 손가락에 반지 하나 끼고 있지 않았다.
저 자가 정말로 남쪽 끝을 단번에 뒤바꿔놓은 대추장이란 말이야?
그녀는 내심 박학다식하고 무기와 싸움 등에 대해 이토록 해박한 사람이라면 이미 이마에 주름이 잡힌, 수염이 덥수룩한 거한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 수염이나 덩치야 어찌됐든, 눈앞의 사내는 대추장 자리에 앉기에는 너무나도 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