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3화. 세디멘 만

953화. 세디멘 만

“이름, 어디서 왔지?”

“놀런입니다. 이쪽은 제 형 부에노스고요. 저희는 빈본 마을에서 왔어요.”

초소 검문자의 질문에 니건 머레이가 여유롭게 답했다.

세디멘 만에 도착하기 전까지 두 사람은 크렘의 검문자 앞에서는 최대한 진실만을 말하는 것이 좋다는 소리를 들은 바 있었다.

거짓말로 답한 뒤에 남쪽에 도착하게 되면 더 골치 아픈 일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처음부터 크렘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케이지 산을 넘어 글로리아 왕국 영지에 이르기만 한다면, 그곳의 마을에 몸을 숨길 예정이었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힘이 있으니 그 후의 생활에 대해 크게 걱정을 할 이유는 없었다.

따라서 귀족보다는 평민으로 위장하는 것이 다른 이들의 눈길을 끌지 않을 수 있었다.

심지어 이들은 일찍이 영주의 근위병이나 순찰대 대원이 되어 낮에는 그 직무를 다하고, 밤에는 하고 싶은 대로 살자는 이야기까지 나눈 상태였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홀로 떨어진 피난자를 찾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