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4화. 유니콘 호

774화. 유니콘 호

“아…….”

잠시 후, 로렌은 틸리가 왜 왔는지 알아차렸다.

“이번에 맛있는 랜덤 주스가 몇 병 들어왔는데. 맛부터 볼래.”

“전하, 그 수법은 이미 쓰셨는데요.”

아멜리아가 로렌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싫어!”

틸리는 마호가니 책상 앞까지 저벅저벅 걸어와서는 두 손으로 책상을 쾅, 하고 내리치고는 불을 뿜을 듯한 기세로 입을 열었다.

“저번에는 보름 안에 비행기 원형을 만들겠다고 했지. 이번에는 말미를 얼마나 더 줘야 해?”

그녀는 까치발까지 든 채 한 자 한 자 힘주어 말했다.

“오라버니, 내가 말한 비행기는 어디 있냐고!?”

* * *

질책과 의문의 빛이 담긴 틸리의 눈동자를 바라보던 로렌은 저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번지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이렇게 닦달을 할 때의 틸리는 꽤 귀엽군, 꼭 어린 애가 오빠를 부르는 것 같단 말이지. 다른 사람 앞에서나 화가 날 때 오라버니라는 칭호를 쓰다니, 마음 같아서는 일부러 상대를 화나게 하고 싶을 지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