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5화. 비행의 이유
이제 남아있는 활주로는 3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그 끝은 초원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보다 더 먼 곳에는 비행장의 높은 담이 자리하고 있었다.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다가는 나나 아가씨라도 자신을 살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구르드는 생각했다.
더 이상 망설일 시간은 없어.
구드르는 자신의 손이 반사적으로 가속용 조종간을 당기려는 것을 느꼈다. 이것이 유일하게 살길인 것 같았다. 속도를 늦춰야만 충돌을 면할 수 있었다. 피할 수 없는 높은 담을 마주한 순간 모든 사람들이 취할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그는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던 그 손을 떠올렸다.
「너⋯⋯. 나는 게 좋아?」
레이첼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는 듯했다.
비행.
그래, 만약 새라면 이런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나는 것이었다. 날아서 저 담장을 뛰어넘으면 그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