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4화. 충돌
다음 날 이른 아침, 그녀는 두 대의 시제품을 가지고 불사조 호에 올랐다.
붉은색의 기체가 파란 하늘 끄트머리로 사라지던 그때, 밝은 아침 햇살이 구름을 뚫고 아래쪽으로 부드러운 빛을 드리웠다.
거의 4개월 동안 이어져 온 악마의 달이 마침내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그와 동시에 머리 위에 걸려 있던 붉은 달이 순간적으로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마치 처음부터 그런 것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하지만 로렌은 그것이 성전의 끝을 뜻하는 것은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수백 년 전, 악마들은 붉은 달이 대지를 비추는 틈을 타 첨탑을 세우면서 그 위로 하늘에 닿을 기둥을 세울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이 꼿꼿하게 자리를 잡기만 한다면, 그들은 진정한 공격을 해올 것이 분명했다.
진정한 전쟁은 그 순간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