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5화. 크렘 주보

695화. 크렘 주보

잠시 후, 델리가 술병을 치우고 빅토르의 앞에 신문을 펼쳤다.

“이건⋯⋯.”

빅토르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구겼다. 종이 위를 가득 채운 것은 작은 글자들뿐이었다. 그의 집에 보관된 책들과 다를 것이 없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귀한 물건들 중 그가 보지 못한 것이라고는 없었다. 심지어 직접 가지고 놀아본 물건도 적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어떤 상품이 그의 앞에 놓여 있다면 그는 그것의 가치가 대략 어느 정도 되는지 파악할 수 있었지만, 이 신문이라는 것의 가치가 어느 정도 되는지는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이 종이 위에 자리한 가지런하고 작은 글자를 사람의 손으로 썼을 리는 없었다. 다시 말해, 이것은 판화로 만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판화를 활용하는 데 드는 비용은 결코 적지 않았다. 때문에 그것은 고칠 것이 적은 왕국의 법전과 같은 공문서에나 사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