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0화. 부탁
진화 후 변한 버키의 능력을 시험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사실 로렌이 집무실에 오기 전 버키는 이미 안나와 많은 의논을 거친 상태였다.
산술식 뒤쪽에 나타난 답은 환각이 아니었지만, 그것은 계산을 통해 나온 결과가 아니라 기억에 입각한 검색의 결과였다.
자료에는 중복되는 공식이 대량으로 포함되어 있었고, 버키는 그것들을 반복적으로 접하면서 머릿속에 그 정보를 저장해둔 상태였다.
특히 복잡한 함수의 경우, 그 수식 안의 작은 부분까지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때문에 이것저것 조합해놓은 뒤에도 종합적인 답을 빠르게 낼 수 있었다.
심지어 본인조차 그 구체적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답안지와 문서를 검열하고 확인하는 것에 비하면, 이런 식으로 작업을 할 때의 효율은 이전과 비할 바가 못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