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9화. 흑진주
“사, 살려주⋯⋯”
“전하, 투항하겠습니다!”
“저도 투항하겠습니다. 레비아탄 가문을 대표해 전하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무엇이든 바치겠습니다! 부디 용서를!”
상황은 급격하게 기울었고, 귀족들은 하나둘씩 앞다투어 무릎을 꿇고 목숨을 구걸했다.
늦었다. 조지는 무기력하게 손에 쥔 칼을 떨어뜨렸다. 허리춤에서 칼을 뽑은 그 순간부터 그들은 이미 반역자가 된 셈이었다.
싸우는 소리와 용서를 구하는 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조지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기울어진 연회장과 바닥 곳곳에 자리한 피 웅덩이였다.
정말이지 아름답고도 묘한 느낌이었다.
이디스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며 공기 중에 가득한 피 냄새를 느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에게 퍼져있는 두려움도.
포위망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었고, 저항은 찰나에 불과했다. 이 타키라 유민들의 눈에 고고한 귀족들과 일반 평민들은 아무런 차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