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0화. 대결

670화. 대결

같은 시각, 포병 진지에는 적막이 감돌았다.

아가사 등의 마녀들은 거대한 괴수 부근에 있는 포병들을 보호하고 있었으며, 고사 기관총 조는 마지막으로 남은 몇 마리의 비행 괴수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현장에 남아있는 것은 열 명이 조금 넘는 신벌 마녀와 온몸에 갑옷을 두른 고급 단계의 악마뿐이었다.

고급 단계의 악마는 냉랭한 눈으로 주위에 있는 이들을 둘러보더니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그 소리는 먼 곳에 있는 기관총의 총성까지 뒤덮을 정도였고, 모든 사람들이 그 포효 안에 깃든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포효를 마친 악마는 오른손을 뻗어 하늘을 향해 움켜쥐었다. 그러자 한 줄기 빛이 그의 손바닥에서 튀어나와 요란한 소리와 함께 긴 검으로 변했다.

뒤이어 그 괴물의 검이 옆쪽에 있던 요새포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무서운 파열음과 함께 강철로 만들어진 포관은 두 동강이 나버렸고, 그 절단면은 고온으로 녹아내린 듯 타오르는 붉은 빛을 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