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화. 황무지에서의 전투

610화. 황무지에서의 전투

점점 강해지는 냄새에 루가는 곧 승부가 가려질 것임을 직감했다.

그녀는 가볍게 웅덩이 하나를 뛰어넘어 축축한 진흙 지대에 들어섰다. 그녀가 선택한 위치는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었고, 상대는 그녀의 냄새를 알아차릴 수 없었다. 냄새의 근원이 조금씩 가까워졌다. 루가는 귀를 쫑긋 세우고 소리를 통해 상대의 방향을 파악함과 동시에 발을 들어 천천히 앞을 가로막고 있는 넝쿨을 밀어젖혔다.

그 순간, 혼합종의 몸이 그녀의 시야 안에 들어왔다.

그녀의 접근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던 녀석이 고개를 파묻고 살찐 숫사슴을 막 한 입 물으려고 하던 그때, 돌연 선혈이 녀석의 얼굴을 뒤덮으며 다리가 잘려나가 새하얀 뼈가 드러났다.

일반적인 동물이었다면 이런 중상을 입었을 때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한쪽에 웅크리거나 몸을 숨기려 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녀석은 그런 상처에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 거칠게 포효하며 날카로운 발을 휘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