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4화. 만날 수 없는 사람
글로우 성의 야경은 언제나 화려하고 아름다웠고, 심지어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글로우 성의 불빛이 미치지 않는 저 어둠 속에서 피어오르고 있는 심상치 않은 기운을 더는 외면하기 힘들었다.
이렇게 환하게 밝혀진 도시를 앞두고도 호포드는 엄청난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다.
이제 정말 늙은 것이지⋯⋯. 호포드는 포도주로 입을 축였다. 단 맛보다는 씁쓸하고 떫은 맛이 입안을 맴돌았다.
“아버지.”
서재의 문이 열리더니 젊은 남자 한 명이 안으로 들어섰다.
“보레아스 성의 알퐁스 남작이 뵙길 원한답니다.”
“보고 싶지 않구나.”
호포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답했다.
“아프다고 전하거라.”
“하지만⋯⋯.”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 옆에 있던 집사에게 손을 내저어 보였다.
집사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뒤 서재를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