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7화. 기이한 경관

1027화. 기이한 경관

로렌은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아스트롤라베를 쥐었다.

아스트롤라베는 마지막 힘을 불태우듯 눈부신 남색 빛을 뿜어내며 안쪽에서부터 뜨거운 열기를 토해냈다. 로렌은 눈부신 빛에 휩싸인 채 입가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신의 사자를 바라보았다.

“마지막으로 묻고 싶은 게 있어. 넌 이 세상의 파멸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해?”

“그래⋯⋯. 너희가⋯⋯. 신에게 이기지 않는 한……. 하지만 신을 이길 수는 없어⋯⋯. 처음부터 결말은 정해져 있었던 거야.”

“하지만 넌 처음의 결정을 번복했잖아!”

“너희는⋯⋯. 오랫동안 노력해왔어.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죽어서는 안 되지⋯⋯. 그것을 위한 한 걸음 정도는…… 나아가게 하고 싶었어. 칭찬의 의미로…….”

입실론은 다시 한 번 피를 토해내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

“파멸이라는 결말이 이미 정해져 있다면, 내가 굳이⋯⋯. 그 결말에 힘을 보탤 필요는 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