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1화. 침식의 본질
로렌은 가슴 깊은 곳에서 피어오르는 의구심을 억누르며 조명을 따라 사람들과 함께 광장 한 쪽으로 향했다.
끄트머리에 이르고 나서야 그는 높이 솟은 돌벽에 적지 않은 벌집 모양 통로가 나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지면에서부터 진입할 때나 통로 사이를 오갈 때나 모두 레일에 걸려 있는 엘리베이터를 통해야만 했다.
방금까지 광장의 불이 밝게 켜져 있었을 때는 몰랐지만, 시야가 어두워지고 나니 수십 대의 엘리베이터가 마치 반딧불처럼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미래 도시에 와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런 설계는 보기에는 아름다웠지만 실제로 사용하기에는 상당히 불편했다. 만약 도시 중심지에 이런 시설이 마련되어있다면 몰라도, 땅 속에 묻혀 있는 이곳을 누가 신경이나 쓰겠는가? 재앙을 맞아 전기가 끊기는 사고라도 난다면 어떻게 도망치겠다는 것인지 의문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