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7화. 격동의 웨인
시끌벅적했던 부두 구역은 이미 조용해진 지 오래였다.
선대가 다가옴에 따라 펄럭이는 깃발의 모습도 점차 또렷해졌다. 금색 바탕에 자리한 높은 탑과 창의 도안……. 바다를 채운 모든 배에는 같은 깃발이 걸려 있었고, 수백 개의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면서 새로운 수평선을 형성하고 있었다.
꾀쟁이가 찬 숨을 들이마셨다.
“설마 저거⋯⋯크렘 왕실의 깃발인가?”
화이트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러니까⋯⋯크렘의 왕이 왔다는 거냐?”
세디멘 만은 그렇게 크고 많은 배를 정박시킬 수 없었다. 이에 수많은 배들은 항구 밖에 닻을 내렸고, 열 척 정도의 증기선만이 항구로 다가왔다.
그 증기선들이 접안한 순간, 같은 색의 제복을 입은 이들이 갑판으로부터 쏟아지듯 튀어나와, 잔교 위에 몇 줄의 대열을 이루어 서더니 발을 맞추어 부두에 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