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0화. 지하의 관
익숙한 두려움이 다시 찾아왔다.
선버디는 그 두려움이 더욱 깊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렉스가 해준 말을 떠올렸다.
「미지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극복하는 것.」
찰나의 순간, 온 세상이 맑은 파란색으로 변했다. 머리 위로 쏟아지는 햇빛은 수많은 금빛 뱀처럼 꿈틀거렸다.
느릿하게 20미터 정도를 내려가자 바구니가 멈춰서고, 솟아오르는 듯한 서늘한 기운이 깊은 동굴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 * *
선버디보다 먼저 내려가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렉스는 손가락 두 개를 펼쳐 머리 위를 가리켰다가 뒤이어 동굴 깊은 곳을 가리켰다.
선버디는 알았다는 손짓을 해보였다.
렉스는 고개를 끄덕인 뒤 몸을 돌려 동굴 안쪽으로 걸어갔다.
선버디는 고개를 들어 상대의 머리 위에 떠 있는 공기 수송관을 바라보았다. 그는 사흘 동안 이루어진 물속 시험 덕에 잠수복의 기본적인 원리에 익숙해졌을 뿐만 아니라, 손짓 언어와 잠수의 미세한 과정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제법 빠삭하게 알게 된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