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6화. 란
“알겠어요⋯⋯.”
로렌은 란의 맞은편에 앉아 머릿속에 떠오르는 수많은 의문들을 대충 정리한 뒤 입을 열었다.
“이전에 연합회의 일원이었나요?”
“난 네 세계와 아무런 관계도 없어.”
란이 답했다.
“난 이곳에서 태어났고, 이곳에서 죽을 거야. 그건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의 일이 되겠지만.”
“하지만 그림자 교회당에서 당신의 초상화를⋯⋯.”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 있는 건, 그렇게 이상한 일이라고 할 수 없지.”
그녀는 로렌의 말을 끊어 들었다.
“역사 속에 남은 기록이라면 크게 신경 쓸 가치도 없고.”
“그래도 우연치곤 너무 공교로운데요.”
로렌이 미간을 구겼다.
“길게 놓고 보면, 역사상에는 수많은 우연이 존재하지. 그런 일보다는 현재에 집중하는 게 어때?”
란은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일지도 몰라. 어쩌면 일부러 숨기고 있는 것일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