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9화. 악마의 도시
고개를 들어 벽에 걸린 시계를 본 로렌은 침실에서 미리 준비해두었던 열쇠를 꺼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이 건물에 존재하는 기억의 조각들을 탐색하기 위해 로렌은 타키라의 마녀를 끌어들인 뒤 수많은 준비 작업들을 해왔다.
각 세대의 대문 열쇠 복사본을 모은다거나 인터넷에서 자물쇠를 따는 공구를 주문하는 것도 그 준비 작업의 일환이었다. 로렌 자신만 볼 수 있는, ‘실재하지 않는’ 기억의 문이 잠겨있을 경우, 그것을 해결하는 것도 오직 로렌이 해야 할 일이었다.
크렘에서의 출정 문제만 아니었다면, 이 작업은 벌써 완료되고도 남았을 터였다.
로렌은 5층으로 내려와 0510호 앞에 이르렀다.
이 시간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낮잠을 자는 시간이었다. 늦가을의 햇볕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복도는 꽤 편안하고 따뜻해 보였다. 한 다리 건너에 있는 차로 가득 찬 길과는 명확한 대비를 이루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