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1화. 인류의 유산

921화. 인류의 유산

버키는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자신을 향해 시선을 던지는 그들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러자 필리스의 말대로 그들은 재빨리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다른 쪽을 바라보았다.

주위 사람들은 다시 자신들의 갈 길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네, 저에요. 버키도 바로 곁에 있어요. 여기는⋯⋯. 네, 지도에 그렇게 나오네요. 아파트에서 2킬로미터밖에 안 떨어져 있다고요? 다행이네요. 네, 여기서 기다릴게요.”

필리스는 전화를 끊은 뒤, 그 작은 함을 젊은 사내에게 돌려주었다.

“고맙습니다.”

“아, 아닙니다.”

사내는 잠시 망설이다가 얼굴을 붉히며 다시 입을 열었다.

“음, 저기, 번호 좀 주실 수 있으신가요?”

필리스는 심드렁하게 일련의 번호를 불러주었다.

남자는 그 번호를 받아 적더니, 소중한 보물이라도 되는 듯 그것을 몇 번이나 확인했다. 그리고는 기쁘다는 듯 환하게 웃으며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 나서야 자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