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1화. 화염 아래

881화. 화염 아래

구달은 억지로 수십 걸음 앞으로 나아갔으나,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뭔가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늘 위로 솟아오르던 화염은 이미 꺼진 상태였고, 이제 남은 것은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연기뿐이었다.

하늘을 가득 뒤덮었던 붉은 안개도 사나운 짐승에 의해 뜯어 먹힌 듯 상공에서 사라져 있었고, 주위에 남아있는 안개는 감히 이쪽으로 다가올 수 없다는 듯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활짝 열린 성문 너머로 구달은 성안의 지면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열기에 뒤쪽에 자리한 성의 윤곽이 왜곡되어 보일 정도였다.

폭발에 휩쓸린 목제 건물은 전부 타버린 상태였고, 앙상하게 남은 기둥만이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의 손가락처럼 삐죽삐죽 솟아있었다.

그러나 악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순간 구달은 숨쉬기가 어려워지는 것을 느꼈다. 주위의 뜨거운 공기에 호흡이 곤란해진 탓이었다. 몸 역시 앞으로 나아가기를 거부하는 듯 한발 한발 내딛기가 갈수록 힘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