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9화. 황혼의 종소리
신성 도시의 두꺼운 성벽 위로 올라간 터커 토르는 얼룩덜룩한 벽의 돌출부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괴수들의 진격을 막기 위해 얼마나 많은 눈이 내리든 매일 눈을 치우고 얼음을 깬 덕분에 성벽은 기묘한 청회색을 띄고 있었으며, 그의 시야가 닿는 모든 곳은 마치 단 한 번의 전투도 없었던 것처럼 깨끗한 흰 색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최근에 너무 많은 것이 변한 탓인지, 이 놀라운 광경도 그의 마음에 별다른 감흥을 주지는 못 했다.
벌떼처럼 몰려든 괴수들에 의해 헤르메스가 짓밟히게 되리라고 예상한 모든 신도들은 대교회당과 함께 마지막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눈 덮인 땅 위에 나타난 괴수들은 얼마 되지 않았고, 성벽을 타고 올라오려는 괴수들의 숫자도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