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9화. 승급의 출발점
이제는 그 페로몬들을 즐길 시간이었다.
흡수는 갑각을 열고 셀 수 없이 많은 촉수들을 빼내 상대의 몸 곳곳에 꽂아 넣었다.
그 순간, 그는 평소와는 매우 다른 한 줄기의 파동을 느꼈다.
파동의 폭은 마치 온 세상을 뒤덮을 것처럼 그 끝을 알 수 없었다.
이에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먹먹한 구름과 높은 곳에 걸린 붉은 달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하늘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소와 전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그 먹먹한 하늘 끄트머리에서 파동이 먼 곳으로 끊임없이 퍼져나가는 것이 보이고 있었다.
강렬한 불안함이 피어올랐다.
해저의 화산이 격렬하게 폭발할 때도, 대지가 요란하게 진동할 때도 각양각색의 파동이 일어나곤 했지만, 지금과 같은 느낌을 풍긴 적은 없었다.
이 파동은 너무나 순수했고, 규칙적이었다. 그래서 더욱 공포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