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6화. 틈

906화. 틈

꾀쟁이의 걸음걸이는 저도 모르게 점점 더 빨라졌다.

성안에서의 편지 전달 방식과 마찬가지로, 크렘 사람들의 안내는 필요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약속된 장소로 가 암호를 남겨놓기만 하면 되었다.

하지만 바로 그때, 뒤쪽에서 다그닥, 다그닥, 하는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꾀쟁이는 흠칫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심장이 저 아래로 쿵 떨어지는 듯했다. 젠장, 여기에 어떻게 셰잉 보루의 기마병이?

크렘 사람이 이 마을을 연락처로 고른 것은 이곳이 상당히 구석진 곳에 있어, 한두 명 정도 외부인이 잠입한다고 해도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었다. 보통 귀족들이 난민을 막기 위해 선택하는 곳은 대로변 부근이었기 때문에 이곳으로 달려올 일은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했다.

말과의 거리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상대는 자신의 뒷모습을 보고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 분명했으므로, 이제 와서 숨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