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6화. 예상치 못한 시작
필립은 언덕의 높은 곳에 올라 눈앞에서 질서정연하게 펼쳐지고 있는 진지를 바라보았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당연히 이번 전쟁은 그의 첫 전쟁이 아니었다. 열다섯 살이 되던 해, 필립은 이미 우수한 기사의 수행원으로 영주를 따라 선봉에 선 적이 있었으며, 성인이 된 후에는 서쪽 경계의 최고 기사로 손꼽힐 만큼 뛰어난 기사로 인정을 받았었다.
전쟁은 그에게 낯선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그는 이전까지 전장에서 느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귀족들은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큰소리로 고함을 외치거나, 공로를 표창하거나, 크게 먹고 마셨다. 모두 병사들의 사기를 높여주기 위한 일들이었다. 이런 작업을 통해 자유민과 용병들은 혼란함과 광기 어린 기쁨에 휩싸인 채 전쟁에 나섰다.
술이 없다는 점만 제외하면 꼭 시장 바닥 같은 광경이 펼쳐졌고, 그럴 때마다 기사들은 그들을 버러지처럼 여기며 비웃었다. 치즈나 빵 몇 조각과 스스로의 목숨을 바꾸는 그들의 처지가 기사들에게는 우스웠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