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9화. 꽃을 아끼는 사람, 혹은 꽃을 꺾으러 온 사람 (2)

529화. 꽃을 아끼는 사람, 혹은 꽃을 꺾으러 온 사람 (2)

물밑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겉으로는 아닌 체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오자진은 갑자기 치솟는 피곤을 느꼈다.

저들은 저렇게 가식을 떠는 게 조금도 피곤하지 않은 모양이로군.

이런 생각이 뇌리를 스치자 오자진은 잠시 멍해졌다. 그리고 자신의 과거를 떠올렸다. 오자진은 전에도 이들과 같은 부류의 사람은 아니었지만 가식적이어야 할 상황은 자주 발생했다. 그러다 당염원에 의해 원신이 통제되고 생사를 스스로 결정할 수 없게 된 후로는 당염원의 곁에서 수하 노릇을 하는 처지가 되었다.

하지만 이제 와 생각해 보니 사릉고홍의 주의를 끌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하는 것 외에 마차를 몰고 길을 안내하는 과정에서 다른 불편한 점은 전혀 없었다. 마음 역시 아주 홀가분했다. 이전처럼 원수의 기습을 걱정할 필요도 없었고 무극마종이 몰락하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할 필요도 없었으며 더는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한 인간관계를 맺을 필요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