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화. 석유정
“잔 도련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어서 잔 도련님의 명복을 빌…….”
놀라 소리치던 북취문이 마치 목구멍이 막힌 거위처럼 말을 끝맺지 못했다. 그의 머리 역시 땅 위에 떨어져 굴러갔다.
이경이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말했다.
“입 닫고 따라오거라.”
그러면서 한매주거의 출구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이때 육린이 입을 뗐다.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경은 대답하지 않았다. 곽불요 등 몇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자 두덕사가 외쳤다.
“두려울 것이 어디 있겠소?!”
“맞습니다! 가시죠!”
마의가 군사를 이끌고 뒤를 따랐다.
“오늘 한매주거는 운이 좋아 체면을 지킨 줄 아시오.”
곽불요가 육린을 향해 웃어 보이며 말하고는 커다란 칼을 들고 걸어갔다.
바로 이때 우르릉 하는 우레와 같은 소리가 갑자기 한매주거 전체에 울려 퍼졌다. 그 때문에 한매주거는 통째로 뒤흔들리는 듯했다. 뒤이어 맑은 향이 코끝에 느껴졌다. 온몸을 맑게 정화시켜 주는 듯한 냄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