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2화. 진상 (2)
그때, 아무런 감정도, 욕구도 없는 목소리와 함께 눈앞에 늙은 괴물의 모습이 나타났다. 늙은 괴물은 위선적이면서도 냉혹한, 낯익은 미소를 지었다.
“원망스럽니? 원망스러워? 넌 분명 그가 원망스러울 거야. 넌 반드시 그를 원망해야 해. 네 인생 전부를 그가 망쳤으니까! 그를 원망해. 네 인생을 망친 그를 원망해. 너를 죽도록 괴롭힌 그를 원망해. 이제 그가 네 눈앞에 있어. 그를 죽여. 죽여. 죽여…….”
아무런 감정도, 욕구도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가 당염원의 뇌리에 울려 퍼지며 당염원의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원망과 살의까지 끄집어냈다.
당염원이 무표정한 얼굴로 늙은 괴물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갔다.
그녀의 곁에서 희미하게 흔들리는 푸른빛이 그녀를 부추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서는 아무런 감정의 기복이 느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