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화. 염원 대 표설 (4)

84화. 염원 대 표설 (4)

당염원의 눈빛이 흔들리면서 무감각하게 차가웠던 기색이 사라졌다.

“고홍은 저만 좋아해요.”

정말 순진하고 멍청하군.

유표설은 마음속에 차오른 조롱과 비웃음을 얼굴에는 조금도 드러내지 않았다. 오히려 가볍게 눈을 드리우고 다정하면서도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무은소주의 총애를 받을 수는 없다는 걸 표설도 잘 압니다. 그저 소주의 곁에서 항상 바라보며 모실 수 있는 것으로만 만족할 거예요.”

당염원은 마치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듯 한동안 말없이 유표설을 바라보았다.

유표설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순수한 표정을 유지하며 당염원이 생각에 잠겨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그녀는 짧은 시간 만에 알아챌 수 있었다. 당염원은 사릉고홍의 소맷자락을 잡고 있던 손가락을 가볍게 움직였다. 그러자 살짝 올라갔던 사릉고홍의 눈동자가 다시 안정을 되찾고 당염원을 향했다. 사릉고홍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