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4화. 질문 (2)
“삼사형은 내가 삼사형에 대한 마음을 억누르려 얼마나 발악했는지 전혀 몰라요. 삼사형을 사랑하기 위해, 나한텐 얼마나 크나큰 용기가 필요했는지도 모르고요. 난 삼사형과 수려 사이에 옛정이란 없다고 믿었고, 삼사형이 등류를 받아들인 건 오로지 일 때문이라는 그 말도 굳게 믿고 있었어요.
그런데 내가 그렇게 믿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삼사형이 나한테 약을 쓸 거라고는 난 꿈에도 생각 못 했어요……. 어떤 이유를 가져다 댄다 해도 삼사형이 나에게 이렇게 한 건, 나에게 상처 줬던 그 사람들이 했던 것과 전혀 다를 게 없는 일이에요.
난 그냥 참 웃긴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나 갖은 수를 쓰며 방비했고, 다른 사람들에게 항상 경계를 늦추지 않았어요. 그런데 오늘은 그 상대가 이렇게 내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이 됐네요. 어쩌면 나도 진작에 이를 눈치챘을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삼사형이니까. 삼사형이 나에게 피임약을 먹일 거라고 내가 어떻게 의심할 수 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