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화. 올해의 장원 (1)
“큰언니, 정말로 정혼 하시는 거예요?”
제문이 묻자 제완은 한껏 인상을 찌푸리며 제혜에게 물었다.
“누가 너한테 내가 영 세자와 곧 정혼 할 거라는 얘기를 했니?”
“그때…… 그때 아버님께서 어머님께 말씀하시는 걸 들었어요.”
제혜는 자기가 실언을 했다는 걸 알고는 고개를 숙인 채 제완의 차가운 눈을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다.
“그렇게 통해서 들은 얘기를 진짜라고 여기면 안 되지. 게다가 나랑 그 무슨 영 세자라고 하는 분 사이엔, 아직 아무런 얘기도 주고받은 게 없어. 나중에 어떻게 될지 네가 어떻게 알겠어?”
제완의 목소리는 전혀 엄하지 않았지만, 제혜의 귀에는 등줄기가 다 서늘해질 정도로 무섭게만 들렸다.
양 왕부에서 돌아온 이후, 그녀는 자신을 영조운과 짝지어 주려 한다는 얘기에 관해 어머니에게서 더 들은 바가 없었다. 아마도 그날 나눴던 대화에서 어머니는 그녀의 뜻을 잘 이해하셨던 게 분명하지 싶었다. 거기다가 영조운이 그 소문을 믿고 그녀를 정말로 악녀라고 여긴다면, 이 일은 그냥 흐지부지되고 말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