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화. 대재난에서 돌아오다
조언옥은 왕대보를 관흠에게 맡긴 뒤 성큼성큼 제완에게로 다가왔다.
은 어멈과 석 씨는 눈치껏 재빠르게 왕대보를 살피는 걸 도와주러 갔다.
제완은 입술을 꾹 깨문 채 반짝이는 눈동자를 흔들림 없이 그에게 고정했다. 이렇게 가까이서 그를 보고 있자니, 지금 그가 얼마나 파리한지를 알 수 있었다. 눈에는 핏발이 다 섰을 뿐 아니라, 눈두덩이는 거메졌으며, 턱에는 듬성듬성 수염이 나 있었다. 옷도 죄다 쭈글쭈글 주름져 있어서, 평소 말쑥하고 청아한 그의 모습은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런 모습의 그라도 눈앞에 있으니 그녀는 기쁨이 넘쳐흘렀다.
“이리 와, 안아 보자.”
그는 두 팔을 활짝 펼치며 청연한 입가에 따뜻한 미소를 띠었다. 목소리는 살짝 잠겨 있었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