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4화. 나타나다 (2)
제정청 일행은 조금 전 호로구의 산비탈 아래에 481번째 무덤을 팠다. 마지막으로 묻은 사람은 이곳에서 동호군에게 참살을 당한 한 병사였다.
그들 스무 명은 아주 힘들게 살아남았으나, 그 누구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거나 기쁘다고 여기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마음속 깊이 분노와 비탄을 느끼며, 당장이라도 동호인들을 뼛가루로 만들어 마구 뿌려 버리고만 싶은 심정이었다. 더욱이 돌아가 묻고 싶었다. 왜 아무도 자신들을 믿지 않느냐고, 왜 아무도 구하러 와주지 않았느냐고 말이다.
“장군, 이렇게 오래 지났는데도 우리를 찾으러 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네요.”
홍대산은 잔뜩 쉰 목소리로 제정청에게 말했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흐르는 동안, 호로구에 단 한 명의 주국 병사도 나타나지 않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그들을 살려주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적어도 시체는 수습하러 오기는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