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기세
제완이 방에 들어서자, 아주 무거운 얼굴을 하고 창가 쪽 미인탑에 앉아 있는 육 씨가 보였다. 그녀의 눈에 아직 풀리지 않은 화가 아주 여실히 드러났다.
“어머니!”
제완은 가볍게 외쳐 부르고는 육 씨의 옆으로 가 앉았다.
“화내실 필요 없으세요. 사람들이 아무리 많은 여인을 아버지께 보낸다 해도, 어머니만이 어엿한 제가의 부인이시니까요. 그 누구도 어머니의 위치를 뒤바꿀 수는 없는 일이니, 하등 관계없는 사람들 일로 성을 내실 필요 없어요.”
그 비천한 여자들은 갖가지 재주를 조련 받으며 키워졌을 테고, 제아무리 제정광을 기쁘게 해주는 데 능해도 결국에는 모두 총애를 잃고 말 것이었다. 제정광은 원래가 마음을 길게 주는 사람이 아니었다.
“네 부친이 나에게 너무 큰 상처를 주는구나!”
육 씨가 아무리 강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라 해도, 남편에게 이러한 대접을 받자 눈이 다 새빨개질 정도로 열통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