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화. 아수라장
육황자는 이미 제완이 악명높은 악녀라는 걸 알고 있을 테고, 항간에 떠돌던 그 풍문이 사실이라 여길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여기서 육황자가 그녀를 권력과 부귀에 빌붙기 위해 사내들에게 고의로 접근하는 사람이라 여기는 순간, 한 마디도 말을 더 걸지 않고 휑하니 자리를 떠날 게 분명했다.
하지만 제완의 바람과는 달리, 육황자는 제완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지는 않아도, 그녀가 다른 여인들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짐작했다.
“제 낭자, 다른 사람들이 무슨 오해를 할까 봐 걱정하는 것이냐?”
육황자는 제완의 예상과는 달리, 화를 내기는커녕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서는 나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제가 들은 바로는, 육황자께선 평소 매우 고결하신 분이라 하더군요. 그런 전하의 명성을 악녀라는 저의 평판으로 해쳐서는 안 되는 일이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