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2화. 간청
서재에 들어가자, 제완의 시야엔 책상 너머에 앉아 있는 중년 사내가 들어왔다. 그를 본 제완은 놀란 기색을 숨길 수 없었다. 눈앞의 저 사람은, 일전에 남월성에서 봤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하고 있었다. 주색에 빠져 몸이 상했던 그는 이전의 말쑥하던 상태를 회복하지 못했다. 현재 제정광은 비대하게 살이 찌고, 눈은 퉁퉁 부어 있었으며, 얼굴은 창백했다.
이 사람이 정말로 의젓하고도 풍류 넘치던 그 제정광이 맞단 말인가.
사람이 의지가 사라지면 이렇게까지 망가질 수도 있었다.
제완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그 출중하고도 멋스럽던 제정광은 이미 세월의 흐름에 죽어 버리고 말았다.
“아버지.”
무릎을 굽혀 인사를 올리는 그녀의 눈동자는 조금의 연민도 없이 침착하고도 냉담했다. 제정광이 오늘 이 모습이 된 것은, 전부 자업자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