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화. 오라버니
넓은 정원으로 나오자 찬 바람이 아성의 뺨을 스쳤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아성은 묵묵히 임유를 따라 걸었다. 임유는 장군부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설명했다.
“장군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겠지? 몰라도 괜찮아. 익숙해지면 저절로 알게 될 테니까.”
아성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임유가 고개를 돌려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미소년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난 그냥 거지야. 너는 대갓집 규수고. 그런데 도대체 왜 나와 의남매가 되겠다는 거야?”
날 가지고 장난을 치려는 건가?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호의호식하는 생활에 익숙해지게 만든 다음, 갑자기 다시 쫓아내서 남들에게 손가락질받는 다리 밑에 사는 거지로 만들려는 거구나!
남의 운명을 쥐락펴락하는 게 그렇게 재밌나?
이런 생각이 들자 아성의 눈 속에 혐오감이 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