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화. 운
“지난번에 제가 왔을 때, 임 이소저는 향료를 만드는 데 영감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나요?”
임유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을이 되어 잘 익은 과일 향기를 맡으니 마침 영감이 떠올랐어요.”
두앵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임 이소저의 영감은 정말 허무하게도 생기네요.”
영감은 무슨!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고 거절한 게 분명해.
두앵의 불쾌감을 알아차린 규수 하나가 입을 가리고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고 보면 영감이라는 건 정말 운과 마찬가지로 허무한 면이 있네요. 어떤 사람들은 허무하게도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도 남에게 그 자리를 양보해야 하니까요. 두앵 언니, 안 그래요?”
이 말을 들은 임유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자신에게는 위세를 부려도 상관없지만, 언니를 건드리는 건 참을 수 없었다.
두앵은 임유의 표정을 보더니 입술을 구부리고 피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