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화. 집으로
아성의 옷깃을 잡은 채 그의 앞으로 돌아간 임유는 예쁜 얼굴에 불만을 드러내며 말했다.
“얘기 좀 하자니까! 도망간다고 문제가 해결될 것 같아?”
아성은 바짝 긴장한 얼굴로 임유를 쳐다봤다.
“도대체 어쩌자는 거야?”
임유가 눈썹을 꿈틀 움직였다.
“내 주머니를 훔쳐 놓고서 어쩔 거냐고 묻는 거니?”
그녀는 잠시 뜸을 들인 다음 놀리듯 말했다.
“대낮의 도성에서 소매치기라니, 관아에 신고해야겠지.”
“안 돼!”
아성은 그제야 두려워하는 눈빛으로 주머니를 꺼내 넘겼다.
“받아.”
임유는 주머니를 받지 않고 빙그레 웃었다.
“먼저 말해 봐. 왜 내 주머니를 훔치려고 한 거야?”
아성은 얼굴을 잔뜩 찡그린 것이 임유와 길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도망갈 수도 없고 또 상대가 관아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니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