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화. 따스함
임유가 손을 멈추었다.
“이제 그만 때릴 겁니까?”
기삭이 웃으며 물었다.
“때리는 것도 힘들어요.”
임유는 퉁명스럽게 대답했지만 속은 여전히 의문투성이였다.
한편 기삭은 화가 난 소녀를 보면서도 이렇게 차분한 적이 없었다.
방금 그녀가 자신의 품에 안긴 것으로 마침내 그녀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사실은 그에게 힘과 용기를 주었다.
그녀를 바라보며 올라간 입꼬리는 내려갈 줄을 몰랐다.
임유는 마음이 온갖 감정으로 꽉 차서 한참 후에야 겨우 진정할 수 있었다. 그녀는 눈앞의 사람을 흘겨본 다음 시선을 땅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이런 깊숙한 골목은 늘 어둡고 축축해서 봄추위가 유난히 심하게 느껴지곤 했다.
하지만 임유에겐 더 이상 춥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그날 밤, 당신은 어떻게 그곳에 나타났던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