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화. 힘든 일
잠시 후 집사가 구리 자물쇠로 잠긴 작은 궤짝 하나를 품에 감싸 안고 돌아왔다.
자물쇠를 열고 뚜껑을 연 다음 온여귀는 떨리는 손으로 집문서를 꺼냈다.
손 하나가 뻗어 오더니 잽싸게 그 문서를 잡아챘다.
온여귀는 노한 눈으로 정수를 노려봤다.
정수는 그를 무시하고 시선을 집문서에 고정하고 있었다.
“가격을 협의한 결과 매매하기로 합의하였으며, 이로써 이 집의 소유자는…….”
하지만 예상대로 그 뒤에는 구매자의 이름이 쓰여 있지 않고 빈 상태였다.
이는 대주에서 집을 거래할 때의 관례였다. 집문서에 판매자와 중개인의 이름, 집의 주소, 상황, 가격 등은 명기하지만 유독 구매자만은 성만 쓰든가 아예 비워 두고 쓰지 않았다.
서명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판매자와 중개인은 서명을 하지만 구매자는 서명을 할 필요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