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화. 꽃 꺾기
“경아, 네가 여기 있었구나.”
위왕이 웃으며 반갑게 기경에게 인사했다. 이곳에 모습을 드러낸 뒤 처음 보인 웃음이었다.
기경은 놀라움을 애써 감추며 예를 갖춰 대답했다.
“이쪽에 국화꽃이 잘 피었기에 보고 있었습니다. 오라버니께선 정비마마께 문안 인사를 올리러 오신 건가요?”
“그래, 요 며칠 모비를 뵙지 못했는데, 모비와 장비마마께서 이곳 췌금헌에서 꽃구경을 하신다고 해서 왔다.”
위왕은 말을 하면서, 기경 옆에 서 있는 임씨 자매를 조용히 훑어봤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임유였다.
임유가 청록사에서 곧 비가 올 것이라고 한 뒤로 정말로 비가 내렸으니, 참으로 신기하다는 생각에 호기심이 생겨 먼저 눈길이 간 것이다.
이미 초겨울이라 임유는 살구색 솜옷에 연청색 주름치마를 입고 있었다. 투명하게 빛나는 물방울 모양 비취 귀걸이가 장난스럽게 흔들리며 그녀의 하얀 뺨과 어울려, 아름다운 소녀에게 발랄함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