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화. 방을 붙이다
태안제는 장비의 침전에 갔고, 장비의 시중을 받으며 잠이 들었다.
깊은 밤, 유리 기와 위에는 어느새 새하얀 눈이 쌓여 있었다. 눈은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황궁 문 앞에 무릎을 꿇은 무녕후는 눈을 그대로 맞아 눈사람이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손발이 얼어 감각이 사라졌는데도 감히 일어나지 못했다.
황제는 줄곧 자신을 만나려 하지 않았다.
설마 난 여기에서 무릎을 꿇은 채 죽어야 하는 건가?
무녕후는 감히 꼼짝 못 한 채 눈알만 굴려 사방에 휘날리는 함박눈을 보았다. 그러곤 그의 몸이 순간 기우뚱하더니 그대로 기절했다.
이 사실을 전해 들은 당직 내시는 잠이 든 황제를 깨울 엄두는 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무녕후를 그냥 얼어 죽게 내버려 둘 수도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을 시켜 그를 무녕후부로 돌려보냈다. 어차피 무녕후부는 많은 병사가 포위하고 있으니, 무녕후는 날개가 돋지 않는 한 죄를 피해 도망갈 수 없을 터였다. 그러니 무녕후부로 돌려보내는 것이 제일 나은 방법이라고 여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