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화. 호랑이 굴
여느 때의 냉담한 분위기에 비해, 오늘은 잘생긴 편인 젊은이의 얼굴이 한밤중 불빛 아래에서 한결 부드러워 보였다.
관장량은 입가에 미소를 띠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소장군께서는 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이렇게 물으면서 옆에 있던 술 항아리를 들어 기삭의 술그릇을 가득 채웠다.
기삭은 다시 술그릇을 집어 들고 벌컥벌컥 마신 다음 그릇을 바닥에 쾅 하고 내려놓으며 쉰 목소리로 소리쳤다.
“포로가 된 것은 그저 운이 없었던 것이오! 외숙부가 군마 칠백 필을 내주고서 풀려난 것임을 알았다면 차라리 그냥 놈들의 손에 죽는 게 나을 뻔했소!”
이 말을 들은 관장량은 아까 낮에만 해도 자신에게 고운 눈길을 보내지 않던 소장군이 왜 태도를 바꾸었는지 알 수 있었다.
아마도 그들이 동병상련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