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화. 군주의 생일
정원을 가로지르는 넓은 복도에 탁자가 놓여 있었다. 미리 도착한 규수들이 삼삼오오 앉아 그곳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임선은 임유를 데리고 다가가 익숙한 얼굴을 찾아 인사를 건넸다.
임유는 언니 옆에 앉아 가만히 있었다.
그녀에게는 친한 벗이 딱히 없었다.
말을 못 하던 신세였으니 또래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그녀를 어려워하거나 멀리했다.
경멸과 불쾌함 때문에 그런 경우가 있는 건 물론이고, 어떤 이들은 동정심 때문에 조심하느라 임유를 대하기 어려워했으니 진짜 친해지기는 힘들었다.
그때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온유, 오늘 못 볼 줄 알았는데?”
임유가 눈을 들어 보니, 그 떠들썩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아니나 다를까 무녕후부 이소저 당미였다.
사실 그녀가 딱히 당미에게서 미움을 살 이유는 없었다. 어쩌면 말을 못 하는 것이 당미 눈에는 비웃음거리였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