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당나귀가 낫다
정수는 앉은 자리가 불편한지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했다.
“할머니, 전 진심으로 큰누이가 훌륭한 규수라고 생각합…….”
노부인이 그의 말을 잘랐다.
“선아가 좋은 아이인 건 네가 말하지 않아도 안다. 그보다 넌 선아에게 마음이 있느냐? 만약 아무런 마음도 없이 혼인을 수락한다면 너뿐 아니라 그 아이의 인생도 망치는 일이다.”
정수는 그제야 노부인의 뜻을 제대로 이해했다.
그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순순히 자신의 마음을 밝혔다.
“아무래도 전 누이와 너무 친한 것 같습니다. 큰누이는 친동생으로만 느껴집니다…….”
노부인이 웃었다.
“그렇구나. 그럼 수아 넌 어떤 규수가 좋으냐? 이 할미에게 말하면 신경 써 보마.”
이야기가 이 대목에 이르자 정수는 오히려 뻔뻔해지기로 했다.
“무엇보다 예쁘면 좋겠습니다. 성격은 너무 억척스럽지도, 너무 얌전하지도 않으면 좋겠네요. 별것 아닌 일로 삐지는 것도 싫지만 그렇다고 너무 무신경하지도 않으면 좋겠고요.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