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화. 벗
평가후는 집으로 돌아와 채찍을 들고 아들의 처소로 갔다.
평가후부인은 그 소식을 듣고 총총걸음으로 달려갔지만 말리기는커녕 그녀 자신도 채찍에 몇 대 맞았다.
평가후세자는 큰 망신을 당한 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또 아버지에게 채찍질을 당하자 큰 병이 나서 몸져누웠다.
평가후부인은 아들의 비참한 모습을 보고 눈물만 흘리다가 평가후와 한바탕 말다툼을 하고 나서 결국 똑같이 병석에 자리보전하고 누웠다.
그런데도 평가후가 황제에게 꾸짖음을 들은 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평소에 드나드는 이로 북적이던 평가후부에는 병문안 오는 이가 거의 없었다. 대부분 하인을 시켜 약재 등을 보내어 위문하는 정도로 마무리 지었다.
큰 권세를 자랑하던 평가후부는 일순간 전에 없이 쇠락한 모습을 보였다.
도성의 모든 이가 평가후부의 추문에 관해 쑥덕거릴 때, 한 젊은 남자가 몰래 평가후세자를 찾아왔다.